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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1·2학년 방과 후 영어 수업이 이달부터 금지됐다. 이제 3학년이 돼야만 학교에서 영어 수업을 접할 수 있다. 영어 공교육 정상화를 향한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교육부는 올해 연말까지 '학교 영어 교육 내실화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여전히 불안하다. 당장 아이들이 영어를 3학년부터 시작해도 괜찮은지 의문이다. 그때부터 시작해도 앞으로 아이들이 어떻게 영어를 잘하게 만들지 걱정도 된다. 불안한 학부모는 사교육에 눈을 돌리려 한다. 영어 교육의 적합한 시기를 알아보고, 초등학생이 영어를 배울 때 필요한 자세에 대해 짚어보자. 

일상 생활서 꾸준히 사용 안 하면  
조기교육 효과 없어 '지속성' 중요  
두려움 없애고 흥미 북돋는 데 중점  
유튜브·TED 등 활용하면 '도움'  

한글 먼저 알면 쉽게 배울수 있어  
초등 3학년이 교육 적기 의견도 

■이른 것보다 꾸준하게
 

영어 교육의 적기는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 과학적으로 분석하기 어려운 데다 발달 정도와 주어진 환경도 제각각이다. 그렇다면 결국 선택의 문제다. 각자 상황에 따라 결정할 필요가 있다. 

학계 일부에서는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고 주장한다. 모국어 익히듯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영어를 배울 수 있고, 영어에 대한 두려움도 떨칠 수 있기 때문이다. 뒤늦게 배우는 것보다 발음이 좋아질 가능성도 높다. 부산의 한 영어학원 원장은 "언어학자 노암 촘스키는 만 3~5세에 언어가 가장 잘 발달된다고 말했다"며 "어릴수록 언어를 스펀지처럼 잘 빨아들이고 나이가 들수록 부끄러움을 알면서 언어 생활이 조심해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른 시기부터 쌓은 영어 실력을 계속 유지하기 힘들다면 조기교육의 효과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의견도 있다. 한국영어교육학회장을 지낸 부경대 영어영문학과 오준일 교수는 "영어를 일상생활에서 많이 노출하게 만들어 실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기간이 필요하다"며 전제 조건을 달았다. 실제로 한국 사회에서 영어로 두각을 나타내려면 대학 졸업 후 취업할 때까지 좋은 영어 실력을 꾸준히 유지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다양한 책을 읽는다거나 영화를 많이 본다고 실력이 유지되는 것도 아니다. 오 교수는 "학교에서 친구들과 영어로 자연스럽게 떠든다거나 생존을 위한 영어를 써야 실력이 유지된다"며 "시간과 비용을 꾸준히 투자해 그런 환경에 노출되기 어려우면 굳이 조기교육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게다가 그는 "발음은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데 크게 중요한 능력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조금 늦어도 괜찮아 

초등학교 3학년을 영어 교육의 적기로 꼽는 의견이 많다. 오 교수는 "모국어인 한글을 어느 정도 알게 된 상태에서 영어도 더욱 빨리 배울 수 있다"며 "조금 늦게 시작해도 열심히 하면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시작해도 영어의 필요성을 깨닫고 열심히 하면 적정한 수준의 영어 구사 능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영어는 성인이 될 때까지 실력을 유지해야 하는 게 중요한 과목이다. 사교육 등 조기교육으로 쌓은 영어 실력이 한동안 다른 친구들을 앞설 수는 있겠지만, 그만큼 유지하는 데 오랫동안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 그럴 여유가 없으면 영어 공교육이 시작될 때부터 실력을 조금씩 꾸준히 키워나가도 된다. 성인에 가까워질수록 영어에 노출될 수 있는 환경을 접하기도 쉽기 때문이다. 원어민과 어울리고 영어 토론 모임 등에 참여할 기회가 많아지니 초등학생 때는 기본을 잘 닦는 것도 중요하다. 

학부모들이 불안함을 걷어낼 필요도 있다. 초등학교 3학년에 영어 수업이 처음 편성되는 만큼 수업도 알파벳 같은 기초부터 시작한다. 부산시교육청 인재개발과 국제교류팀 신정숙 장학관은 "영어를 잘 하는 학생들보다 상대적으로 실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을 중심으로 수업을 진행하도록 강조한다"고 말했다. 

■두려움 없애고 흥미 찾아야 

초등학교 영어 교육은 아이들을 당장 '네이티브 스피커'로 키우려는 게 아니다. 영어는 성인이 될 때까지 꾸준히 공부하고 실력을 키워나가야 하는 과목이다. 무엇보다 초등학교 수업에서는 영어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흥미를 찾아주는 게 중요하다. 

두려움을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은 원어민과 친해지는 것이다. 외국인에 대한 벽을 없애면 외국어도 그만큼 낯설지 않은 법이다. 어설프지만 영어 한마디라도 더 붙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마침 올해 시교육청은 298개 초등학교에 238명의 원어민 영어보조교사를 배치했다. 학교 규모에 따라 배치되지 않은 곳도 있지만, 여러 학교를 맡은 교사가 있어 수업은 모든 학교에서 다 진행된다. 교사와 학부모는 아이들이 원어민 교사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줄 필요가 있다. 평소 아이들을 위해 외국인과 교류를 갖는 것도 나쁘지 않다.

영어에 대한 흥미를 심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유튜브, TED 등을 이용해 영상이나 강연을 바탕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것도 좋다. 흥미를 끌 수 있을 뿐 아니라 듣기와 말하기 능력도 조금씩 키워나갈 수 있다. 재미있게 영어를 체험할 수 있는 '부산글로벌빌리지' 등에 참여하는 날을 늘리는 것도 추진해볼 만하다. 아이들이 공항이나 주방 등으로 꾸민 공간에서 역할을 맡아 즐겁게 영어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우영 기자 edu@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