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화고 해외인턴십 참가하려면 "국내 취업 무대가 좁다…용접·조리·관광 분야, 호주에 도전"
부산일보 2014-10-08
"제 꿈은 전문지식과 기능을 갖춘 세계 최고의 용접사입니다. 더 넓은 세상에서 여러 경험을 쌓고 호주 용접계를 제패하고 오겠습니다."
지난 6일 부산 부산진구 부산글로벌빌리지에서 만난 해운대공고 3학년 엄우진(18) 군의 목소리는 단단했다. 이날은 다음 달 출국을 앞둔 2014학년도 특성화고 해외인턴십 합격자를 위한 국내 집중 심화연수가 시작된 첫날이었다.
부산시교육청의 특성화고 해외인턴십 사업이 5년째를 맞았다. 특성화고 학생을 선발해 3개월간의 해외 인턴십 경험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해외 취업의 기회를 넓히고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2010년 시작된 사업이다. 학교 현장에서는 특성화고 학생을 위한 보다 많은 해외 경험의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시교육청은 2010년부터 호주의 기술전문대학(TAFE)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매년 특성화고 3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해외인턴십 대상자를 선발해 3개월간 호주 현지 인턴십과 체재비, 현지 취업 지원비 일체를 지원하고 있다. 이 사업에는 부산시가 지원하는 예산 1억 6천만 원을 더해 총 3억 3천800만 원이 들어간다.
올해도 텝스(TEPS) 성적, 국가 기능사 자격증, 출결 점수 등 1차 서류 심사, 2차 원어민 영어 인터뷰, 3차 인성 면접을 거쳐 총 13개 특성화고에서 총 20명이 최종 선발됐다. 이 학생들은 각각 용접, 조리, 관광 등 분야로 나뉘어 지난 6일부터 7주간 부산글로벌빌리지에서 집중 심화연수를 받은 뒤 다음 달 27일 호주로 떠나 내년 2월까지 3개월간 인턴십에 참가하게 된다.
최종 합격자들은 대부분 입학과 동시에 해외인턴십을 목표로 꾸준하게 준비했다. 성심보건고 강산애(18) 양은 "교내 글로벌 인재양성반에 가입해 텝스와 외국 문화 등 관광 분야 해외인턴십을 위한 준비를 했다"고 말했다. 부산관광고 한원철(18) 군도 "해외에서 기회를 찾자고 결심하고 다른 친구들이 취업이나 대학을 준비할 때 누구보다 간절하게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미 해외인턴십을 통해 현지에서 자리를 잡은 선배의 성공 사례도 강력한 동기가 됐다. 해운대공고 엄우진 군은 "학교를 통해 2년 전 해외인턴십 용접 분야에 선발됐던 한 선배가 현재 호주에서 영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면서 연봉 1억 원을 훌쩍 넘게 받는다고 들어 해외인턴십을 선망하는 친구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의 최종 목표는 학생들이 2년간 체류하면서 해외 취업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실제로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해외인턴십에 선발된 92명 가운데 3개월만 머물고 돌아온 학생은 1명뿐이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현지에 체류하고 있는 졸업생은 모두 39명으로 용접 업종이나 스시바 등 레스토랑, 호텔, 통신회사 등에 취업했거나 일과 학업(현지 대학)을 병행하고 있다.
학교 차원의 특성화고 해외취업 지원이 활발한 학교도 있다. 부산관광고는 2007년 관광고로 개편 이후 외국어 교육과 인턴십 기회 발굴에 힘쓴 결과 올해만 시교육청 호주 해외인턴십에 3명, 한국산업인력공단 해외취업연수지원(K-무브) 사업을 통해 싱가포르에 20명을 보냈다. 2010년 이후 부산관광고가 각종 유관기관을 통해 해외인턴십을 보낸 학생은 모두 56명에 이른다.
시교육청은 귀국 후 취업과의 연계, 파견 분야 다양화 등 지금까지 지적된 한계를 보완해 특성화고 해외인턴십을 보다 내실 있게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부산관광고 민용기 교장은 "외국어 능력의 중요성과 해외 취업의 가능성은 갈수록 더욱 커지고 있다"며 "대학생에 비해 적은 특성화고 학생들을 위한 해외취업 지원 기회를 보다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혜규 기자 edu@busan.com